처음엔 아무런 생각이 없었다. 남자는 가벼워 보였고, 여자는 무심해 보였다.

가벼운 남자는 꾸준히 작업을 건다. 우직함은 있었나보다.

여자의 마음에서 점점 사랑이 싹텄고, 이 영화의 장르는 로맨스일 것 같다.

보통 영화라면 고백 직전 제일 로맨틱해야하는데, 이 영화는 그렇지가 않다.

뭐 하나 되는게 없다. 더워죽겠는데 남자는 꾸역꾸역 코트를 입었다. 기껏 찍은 인생네컷은 망쳤다.

친구라는 놈은 쓸데없는 소리해서 분위기만 이상해지고, 길을 잘 모르는 여자 때문에 뚝섬유원지역이 아니라 뚝섬역에 가버린다.

이 날 유일하게 잘 풀렸던 건 강바람이 추웠던 것이다.

여자는 남자 코트를 뺏어입는다. 남자는 횡설수설.. 아까 걔가 이상한 말 해서.. 그러다 둘은 다음에 보자며 헤어졌다.

여자는 갑자기 빡이 친다. 다짜고짜 전화걸어서 당장 내리라고 한다.

남자는 논현역에서 내린다. 여자는 말로 안하면 못알아들으니까 말하라고 한다.

남자는 고백한다. 둘은 그렇게 새벽녘 논현 거리를 활보한다.

 

..

 

둘이 싸운다. 차마 집에서 소리지를 수 없던 여자는 급기야 운행종료된 버스정류장에서 수화기에 대고 고래고래 소리친다.

둘은 또 싸운다. 여자는 떡볶이가 먹고싶었고 남자는 가성비가 없다며 싫다고 한다.

멀쩡히 걷다가 또다시 둘은 싸운다. 여자는 속상해서 운다. 남자는 우는 여자 앞에서 담배를 태운다. 여자는 이렇게 싸우는데 연애가 맞냐고 한다. 남자는 맞춰가는게 연애라며, 다 괜찮다고 여자를 달랜다.

남자가 부산가서 사온 선물을 앞에 두고 둘은 싸운다. 남자는 자리를 박차고 나간다. 여자는 우산 두고갔다며 쫓아간다. 남자는 운다. 둘은 치킨집에서 계속 운다. 남자는 너없이 어떻게 사냐고 울고, 여자는 그니까 울리지 말라며 운다.

둘은 엄청 싸운다. 자기전 통화에 급발진해서 싸운다. 남자는 시간을 갖자고 한다. 여자는 그럴거면 헤어지자고 한다. 둘은 3일뒤에 헤어진다.

여자는 붙잡는다.

또 헤어진다.

여자는 또 붙잡는다.

남자는 지쳤다.

원래 싸우는거라며 괜찮다고 다독이던 남자는, 이제 싸우는게 지쳐서 헤어지자고 한다.

여자는 이제 더 붙잡을 수 없다.

그렇게 영화는 끝났다.

 

..

 

아마 제 3자에게 영화의 여운은 몇분, 길어야 몇시간일 것이다.

하지만 주인공에게 이 영화는 인생이다. 그래서 더 소중한가보다.

영화가 시작한지 벌써 1년이 지났는데 말이다.